오늘방문자수 : 78
로그인 회원가입
진행사항/후기
홈 > 커뮤니티 > 진행사항/후기
진행사항/후기

햇볕을 피하랬거든

페이지 정보

작성자 꽃바람 작성일19-01-30 16:17 조회869회 댓글0건

본문

80p6WUI.jpg

 

이런 날의 곤혹스러움

 

의사가 암환자는 햇볕을 피하랬거든

쳐다보는 저 개의 시선을

피해야 내가 살 수있듯이

 

봄볕이 곰살맞게 사려앉는 지금도

원자력병원 756호실에서

살아가는 나의 아내

62생 범띠 그 사람은 햇볕에

손끝 하나 담궈보질 못 하지

 

그런 유전인자에 인연을 맺고서

세월이 한참을 길게 빠져나갔는데도

그 만큼의 기억된 량이 하나도

깎여지거나 상하지도 않았어

 

솔잎처럼 뾰족해져서 그

끝자락에 스치기만 하여도

상처로 남곤했던 거야

 

그렇지 특히 이때쯤의

계절이란 것이 햇살이 되었든

바람이 되었든 아니면 길바닥에

버려진 과자봉지가 되었든

 

늑골 틈새마다 알뜰이 살점을

발라내어 그곳에 구덩이를 파더니

마취제를 조금씩 들이붓더군

 

의사에게서 처음 아내가 암에

걸렸다는 얘기를 듣고 그 이후로

사간은 아내의 생명을 하나씩

헐어내어 뜯어가고 있었고

나의 가슴에는 세월이라는 것이

 

둘이서만 버텨오던 허기진 공간에

고집스런 그의 시선이 민망스러워

마루끝 두 뼘쯤 올라온 햇볕속으로

나는 눈길을 피하고

시간을 끌어보는 거야

 

엄지 손가락 만한 뻘건

목젖이 다 들여다 보이도록

실하게 하품을 하던

우리집 개는 눈을 얇게 뜨고

봉당에서 직진으로 나를 쳐다본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55건 4 페이지
진행사항/후기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13 회오리 바람 인기글 꽃바람 02-01 914
112 손가락에 관하여 인기글 꽃바람 01-31 956
111 그렇게 부서져 간다 인기글 꽃바람 01-31 884
110 기적의 새벽 인기글 꽃바람 01-31 917
열람중 햇볕을 피하랬거든 인기글 꽃바람 01-30 870
108 화끈한 느낌 인기글 꽃바람 01-30 981
107 모양 없는 슬픔 인기글 꽃바람 01-30 867
106 다락방 한 구석진 인기글 꽃바람 01-30 928
105 탐스럽게 유혹 인기글 꽃바람 01-29 843
104 빈 밤을 뒤척이며 인기글 꽃바람 01-29 829
103 흐르는 것들 인기글 꽃바람 01-29 865
102 관능의 불꽃은 인기글 꽃바람 01-28 902
101 마음 문을 열고 인기글 꽃바람 01-28 931
100 가을의 문턱에 인기글 꽃바람 01-28 846
게시물 검색